국토녹화 50주년, 홍릉숲에 가다
“‘문배’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문배술이요.”“사실 문배술에는 문배가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술에서 문배 향이 난다고 해서 붙였다고 해요.”
토요일 오후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았다. 2023년 제1회 홍릉 시민아카데미를 듣고 싶어서였다. 홍릉숲은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며 산림과학연구시험림으로 환경생태 보존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올해 4차례 열리게 될 시민아카데미는 주제별 강의와 숲 해설로 구성됐다.
홍릉숲이라 부르는 게 이 계절과 더 어울릴까. 주말이고 봄이라선지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강의에 늦을세라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울긋불긋한 꽃들이 불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었나 보다. 예쁜 꽃을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셔터음이 들렸다. 어린 아이들은 털썩 앉아 놀고 있었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숲은 미선나무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 식물유전자원 총 2035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시험림에서는 산림과학 발전을 위한 다양한 임업 시험 및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입구에는 국립산림과학원 내 주요 연구 현황이 적혀 있었다. 생각보다 산림과학원에서 연구하는 항목이 참 많았다. 미세먼지 저감 모니터링을 비롯해 산불 소화시설 효과 분석 및 적정 위치 선정기법 개발, 홍릉시험림 개화 모니터링 등 언젠가 하나씩 설명을 들어보고 싶었다.
시간이 되자, 넓은 강의실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벚나무를 많이 심는 이유가 있어요. 물론 예쁘기도 하지만, 한 그루당 연간 9.5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 저감에 큰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강의는 홍릉의 사계절을 이루는 꽃들과 산림 생태계 모니터링에 관해 알려줬다. 쉽고 흥미로웠다. 아이들이나 어르신 모두가 끄덕일 만큼.
“산림 생태계 모니터링은 왜 중요할까요?”
강의를 맡은 김아름 임업연구사가 질문을 던졌다. 분명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식물의 개화와 곤충의 출현 시기가 맞지 않으면 수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기후변화로 일찍 핀 식물 잎이 냉해를 입기도 하고 먹이가 사라지게 되는 등 생태계 순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 환경 변화에 따른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두 사진이 비슷하죠. 꽃이 먼저 피는 게 진달래에요. 산철쭉은 잎과 꽃이 함께 나오거든요.” 진달래와 철쭉 사진을 가리키며 강사가 설명했다. 질문도 이어졌다.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걱정했다.
강의가 끝나자 조를 나눠 산림교육 전문가와 숲을 탐방했다. 산림교육 전문가에 따라 내용이나 장소는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그만큼 자유로웠다. 내가 속한 곳에서는 루페(확대경) 등을 나눠주며 꽃과 곤충을 관찰해볼 수 있었다. 좀 더 좋았던 건, 마스크 없이 꽃향기를 고스란히 맡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옛날 왕실 금 귀걸이 같죠?”
‘히어리’라는 우리나라 자생종도 살펴봤다. 이 나무는 첫 발견지인 전남 송광사에서 십오리(6km)마다 심었다고 해, 그렇게 불렸다고 했다. 살구나무와 매실나무 구분법도 알아봤다. 누군가 살구는 열매가 잘 떨어진다고 했다. 산림교육 전문가는 “맞습니다. 또 꽃받침이 뒤집어 있는 건 살구나무에요”라고 덧붙였다.
“난 개나리 열매(연교) 보는 건, 처음이야.” 평소 노란 개나리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을까. 진달래의 암, 수술을 찾아본 적도 처음이었다. 꽃들은 멀리서 봐도 좋지만, 하나하나 보니, 또 달랐다.
“평소 보는 꽃과 다르네요.” 제주도서 온 목련을 바라보던 사람이 말했다. “이건 목련이고요. 꽃 모양이 풍성한 건 중국에서 온 백목련이에요. 목련(제주도 자생지)은 재배가 어려워, 흔히 보긴 어렵죠.” 목련은 무려 1억4000만 년 전에 이 땅에 있었단다. 그땐 벌도 나비도 없던 때라, 딱정벌레가 수분받이를 했다고 했다. 참 자연의 신비란. 그저 지나친 목련에 경외심이 느껴졌다. 그에게 고작 50년도 못 살아온 난 어떻게 보일까.
해설이 끝나고 나는 좀 더 홍릉숲을 거닐었다. 꽃봉오리나 이미 만개한 꽃 나무들도 예뻤지만, 땅속에서 숨어 있는 식물들도 궁금했다. 자생식물의 이름은 재밌다. 꿩의다리, 은꿩의다리… 이런 식물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아직 싹이 안 튼 땅 위 푯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홍릉숲은 명성황후가 묻혔던 곳이다. 이제는 터만 남은 곳을 가보니 사람들이 안내판을 읽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민에게 연구 성과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산림 분야 인지도 확대와 산림과학 이해도 증진을 유도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준비했다. 올해는 ‘홍릉’을 주제로 4차례 예정으로, 3월 25일 첫 번째 시간을 진행했다. 산림청은 올해를 숲으로 잘 살자는 산림 르네상스 원년으로 정했으며, 국토녹화 50주년으로 이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홍릉을 갔던 날(3월 25일), 서울 지역 벚꽃이 공식 개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개화로 작년보다 열흘가량 앞당겨졌단다. 지구온난화 탓이다.
홍릉숲 꽃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꽃이 화사하게 피어만 준다면, 언제든 기다릴 수 있다. ‘때 맞춰 피워주렴.’ 꽃 속에 둘러싸인 홍릉숲에 봄이 천천히 머물길 바라며 조용하게 되뇌었다.
국립산림과학원 누리집 : https://nifos.forest.go.kr/
정책기자단|김윤경otterkim@gmail.com
한 걸음 더 걷고, 두 번 더 생각하겠습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